[전시회] 다윗 스피릿 : 21세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비결을 제시하는 전시회
Journalist : changjo | Date : 19/06/18 21:10 | view : 316003     
 

작가노트 : We Are DAVID, 21C DAVID

본 전시회의 모티프는 '다윗'이다.
다윗은 싸움 전문가(군인)도 나서지 못한 골리앗과의 결투를 이긴 놈이다.
21세기 현대사회에도 동일한 패턴이 존재한다.
<다윗과 골리앗>의 저자 말콤 글래스웰도 이를 간파했다.
나는 특별히 다윗의 비밀을 '육화'라는 주제로 착안하였다.
뛰어난 운동신경도 있었겠지만,
굴하지 않는 주체성과 용기 그리고 그것을 실행할 수 있는 숱한 반복.
나는 이를 '물성'에 보다 밀착하는 서양화 작업을 택했다.
물론, 동양화도 '농담'이라는 개념에서 '물성'을 도입한다.
하지만, 서양화의 '물성'은 동양화의 것보다 더 노골적이다.
캔버스가 그렇고, 물감이 그렇다.
이를 서양화에서는 특별히 '마티에르'라 부른다.
내 작업에서 '마티에르'는
'어둔 환경 속에 새겨진 생명의 빛'을 상징한다.
다윗에게 골리앗이 생존을 위해 쓰러뜨려야 할 존재였다면,
현대사회에서의 골리앗은 이 세상이 구축한 환경이라고 할 수 있으며,
21세기 다윗인 우리는 그 환경 속에 주체적 존재를 꽃 피운다.
결국, 다윗이나 우리나 헤쳐 나가야 하는 대상이 다를 뿐,
또 생존의 형식이 다를 뿐, 생명을 꽃 피우는 본질은 동일하다.
옛 다윗의 모티프를 현대화 하여 다윗 모티프를 공유하려는 것이
바로 이번 전시회의 목적이다.
졸저 <인간학2.0>에 이은 번안곡이나 변주곡 정도가 된다.
작은 자,
아니, 못난 자,
아니, 불행한 자,
아니, 심지어 죽은 자들과도 공유할 수 있는 다윗 모티프를 전한다.
세상은 우리가 골리앗 앞에서 보잘 것 없다고 놀린다.
옛날 거인 골리앗이 이스라엘 군인들을 놀렸듯이,
지금도 세상은 우리들을 놀린다. 사실, 진짜로 놀린다.
같은 방법으로는 이길 수 없다.
다윗은 갑옷이 오히려 거추장스러웠다.
그에겐 이젠 몸의 일부가 된 '물맷돌'이 있다.
그거 하나면 된다.
그거 하나면 작은 자들도 큰 자가 될 수 있다.
그거 하나면 불행한 자들이 없다.
그거 하나면 죽은 자들도 큰일을 한다.
삼손이 그랬다.
삼손은 살아서 죽인 자들보다 죽어서 더 많은 이들을 넘어뜨렸다.
우리 세월호 희생자들을 보아라!
그들이 우리의 다윗이다.
그들의 주검은 세상에 가장 무서운 무기였다.
그 주검의 배를 인양하는 모습을 '새겼다.'
나의 작업은 '그리는 것'을 넘어서길 원했다.
다윗이 자신의 몸에 물맷돌을 '새겼듯이',
나는 최소한 그림을 '새겨야 했다.'
그래야 직성이 풀릴 것 같았다.
만약에 우리가 작을지라도,
만약에 우리가 약할지라도,
만약에 우리가 겁이 많을지라도,
내 몸에 '새긴 무기'가 있다면,
우리는 골리앗을 향해 물맷돌을 던질 수 있다.
이번 작품에는 한 가지 비밀이 있다.
나는 '새기는 것'만으로 부족했다.
액자를 일일이 내가 작업했다.
그 액자 재료는 모두 '폐자재'이다.
돈 주고 살 것이라면, 보다 쉽게 작업할 수 있다.
찾아다닐 필요도 없고, 힘들게 다듬을 필요도 없다.
그러나 나는 폐자재를 '찾아다녔다.'
마치, 잃어버린 한 마리 양을 찾아다니는 목자처럼,
더 이상 쓸모없게 '버려진 놈'을 찾아다녔다.
여기저기서 끌어 모은 것들을 공방으로 가져와
빛을 내기 시작했다.
하지만, 감추려 하지 않았다.
쓸모없이 된 모습 그대로,
버려진 모습 그대로 그들을 다루었다.
부서지고, 틀어지고, 찢긴 우리 세월호의 모습 그대로처럼,
어차피 우리 모두의 인생은 그런 모습이다.
감출필요가 없다.
아니, 바로 그 모습이 보석이다.
나는 그 보석을 다듬어 액자로 만들었다.
이것이 바로 우리가 해야 할 작업이다.
우리 인생에서, 현대라는 이 골리앗 앞에서 말이다.

아티스트 이종혁 lee@Artists.kr


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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